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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 의지 키우는 지원책 필요…민간의 따뜻한 손길도 절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김민호(가명·18)군은 갓난아기 때부터 북한의 고아원에서 자랐다. 여덟 살 때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엄마'라며 찾아와 집에 가자고 했다. 그 '엄마'와 중국과 베트남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다. 행복했다. 하지만 어느날 그 '엄마'는 유전자 검사를 하더니 '너는 내 아들이 아니다'라며 외면했다.
이후 김 군은 무연고 탈북 청소년 그룹홈에서 살고 있다.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한 김 군은 학교 친구들에게는 자신의 이런 사연을 비밀로 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따돌림을 당한 경험에서 얻은 '생존법'이다.
#박수정(가명·18·여)양은 여섯 살이던 2001년 브로커의 손에 이끌려 혼자 탈북했다. 북한의 부모와 할머니는 집안이 점점 더 가난해지자 박 양을 한국으로 '탈출'시키기로 했다. 박 양은 브로커와 함께 몇 번의 고비를 넘긴 끝에 중국을 거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하지만 "먼저 가 있으면 곧 따라가겠다"던 부모는 12년째 오지 않고 있다. 박 양은 "당시 부모님은 어린 동생을 보내려 하기에 차라리 내가 가겠다고 했다"면서 "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데 찾을 방법이 없다. 이제는 엄마 얼굴도, 이름도 다 잊어버렸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 양은 입국 이후 그룹홈에서 지내고 있다. 학교는 고등학교 1학년까지 다니다가 그만둔 상태다.
◇ 국내 입국 탈북 고아 622명은 '여전히 방황중'
국내에서 탈북 고아는 가족 없이 입국한 만 24세 이하의 북한 아동과 청소년을 일컫는다. 정부는 이들을 '탈북 무연고 청소년'이라고 부른다.
지난 1999년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국내에 들어온 탈북 고아는 모두 622명이다. 이 가운데 현재 20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147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탈북 고아를 위한 그룹홈이나 기숙형 학교, 대안학교 등 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다. 일부는 친인척이나 지인의 집에서 생활한다.
탈북 청소년 그룹홈 '우리집'의 마석훈 대표는 "탈북 고아들은 어릴 때 굶주린 후유증으로 몸이 너무 허약해서 아무리 잘 먹여도 회복이 잘 안된다"며 "여러 사회적 편견 속에서 폭력을 휘두르거나 게임중독에 빠지는 등 방황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공부를 따라가지 못해 학업을 중단하는 등 각종 어려움에 시달린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발간한 '2012 탈북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탈북 청소년들의 일반학교 중도 탈락률은 초등학교 0.9%, 중학교 8.7%, 고등학교 9.4%로, 국내 전체 정규학교의 학업 중단율에 비해 8배나 높다.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미국이나 캐나다 등 외국으로 떠나는 탈북 고아들도 많다.
◇ 세심한 제도적 지원책 필요…민간 역할도 증대해야
현재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등을 통해 정착금과 생활비, 주거, 학교생활 지원·상담, 심리치료 서비스 등의 정착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그룹홈과 대안학교 등 민간 보호기관에 운영비도 지원한다.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법상 무연고 청소년으로 분류되면 일단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금 지원 중심의 정책이 탈북 고아들의 한국 사회 안착에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채 자립 의지를 꺾는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민간 보호시설 관계자는 "정부 지원에만 의존해 직업도 갖지 않고, 대학도 본인 능력에 비해 너무 좋은 곳에 갔다가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제도적 거품을 빼서 자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 고아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연고가 없는 탈북 청소년들이 제도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 대표는 "한국에 온 후 이혼한 탈북자 가정이나 탈북 여성과 조선족 등 제3국 출신 남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흔히 방치되기 때문에 사실상 부모가 없는 것과 같지만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고경빈 전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장은 "무연고 탈북 청소년은 연령이나 배경 등 각자가 처한 상황이 굉장히 다양하다"며 "그에 맞는 적절한 지원을 위해서는 제도보다는 가까운 데서 도와줄 수 있도록 민간의 역할을 보다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탈북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출신배경과 계층이 다양해지고 있어 특정 집단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은 무의미할 수 있다"라며 "탈북자 지원정책 전반에 대한 체계 수립과 더불어 탈북자 지원문제를 한국사회의 사회안전망 구축 문제와 연계해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긴급점검:탈북고아> ③국제사회 '따뜻한 손길' 확산(끝)
- 수전 솔티, 북송 청소년 사진 공개
-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 수전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가 30일(현지시간) 지난 2011년 성탄절 중국에 함께 모여 있을 때 찍은 탈북 청소년 15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중 `ROK'로 표시된 청소년은 한국으로, `USA'는 미국으로 간 청소년이다. 나머지 8명과 사진에 없는 1명은 라오스에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청소년이다. 솔티 대표는 이날 워싱턴DC 인근에서 열린 북한자유연합 모임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2년전부터 15명의 탈북 아이들을 돌본 분(선교사 주모씨)과 접촉하며 지원해 왔는데 이중 9명이 북송됐다니 너무나 충격적이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2013.5.31 keykey@yna.co.kr
美 '북한아동복지법' 제정…中 협조 없이는 한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탈북 청소년들이 최근 라오스에서 중국을 거쳐 강제 북송된 사건은 점차 국제적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유엔난민기구(UNHCR) 등의 국제기구에 이 문제에 관한 협조를 요청했고 유엔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북한 당국에 이들에 대한 안전보장을 요구했다.
북한에서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탈북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면서 미국 인권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탈북 고아'를 돕는 국제사회의 따뜻한 손길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중국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는 탈북 고아를 돕는 일에는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인권 운동가인 수전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지난달 3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2년 전부터 15명의 탈북 청소년을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이들 중에는 이번에 라오스에서 북송된 9명이 포함돼 있고 나머지 6명은 이미 한국과 미국에 정착했다.
지난 달 북한 '특별교화소'(교도소)에 수감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도 중국에서 이른바 꽃제비를 돕는 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고아 돕기 활동으로 유명한 '한-슈나이더 국제어린이재단'의 설립자이자 6·25전쟁 고아 출신인 고(故) 한상만(2012년 6월 사망)씨는 미국에서 탈북아동 입양 법안을 제정하는 데 발벗고 뛰었다.
앞서 작년 9월 영국의 대북지원단체인 '북녘어린이사랑'(Love North Korea Children)은 중국 훈춘에 탈북고아를 위한 시설을 설립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제사회의 탈북고아에 대한 관심은 미국에서 '2012 북한아동복지법'이라는 제도적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 이 법안의 핵심은 탈북고아가 부모를 만나거나 입양되도록 미국 정부가 지원하고 국무부가 입양 전략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보고토록 하는 것이다.
2010년 3월 미국
상하원에서 각각 탈북 고아의 입양을 위한 법안이 제출된 뒤 사실상 이름이 바뀌어 3년 만에 빛을 본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미국 가정이 탈북고아를 입양하는 절차 등 구체적 조치를 담고 있지 않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아동복지법은 추상적 내용이고 의무조항이 없다"며 "탈북아동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아동복지법에 이어 탈북고아의 입양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후속 장치를 마련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탈북 고아 지원의 성과는 탈북자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 정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앞으로 중국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여론 조성에만 치중하는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은 탈북자를 인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를 여전히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북한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중국은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여온 것으로 평가된다.
김수암 연구위원은 "유엔 등이 국제적으로 탈북고아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국제사회가 탈북자 정책에 대한 중국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탈북 청소년들이 최근 라오스에서 중국을 거쳐 강제 북송된 사건은 점차 국제적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유엔난민기구(UNHCR) 등의 국제기구에 이 문제에 관한 협조를 요청했고 유엔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북한 당국에 이들에 대한 안전보장을 요구했다.
북한에서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탈북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면서 미국 인권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탈북 고아'를 돕는 국제사회의 따뜻한 손길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중국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는 탈북 고아를 돕는 일에는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인권 운동가인 수전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지난달 3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2년 전부터 15명의 탈북 청소년을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이들 중에는 이번에 라오스에서 북송된 9명이 포함돼 있고 나머지 6명은 이미 한국과 미국에 정착했다.
지난 달 북한 '특별교화소'(교도소)에 수감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도 중국에서 이른바 꽃제비를 돕는 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고아 돕기 활동으로 유명한 '한-슈나이더 국제어린이재단'의 설립자이자 6·25전쟁 고아 출신인 고(故) 한상만(2012년 6월 사망)씨는 미국에서 탈북아동 입양 법안을 제정하는 데 발벗고 뛰었다.
앞서 작년 9월 영국의 대북지원단체인 '북녘어린이사랑'(Love North Korea Children)은 중국 훈춘에 탈북고아를 위한 시설을 설립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제사회의 탈북고아에 대한 관심은 미국에서 '2012 북한아동복지법'이라는 제도적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 이 법안의 핵심은 탈북고아가 부모를 만나거나 입양되도록 미국 정부가 지원하고 국무부가 입양 전략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보고토록 하는 것이다.
- 탈북 난민 북송, 라오스 대사관 항의 기자회견
-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북한인권시민연합 회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라오스 대사관 앞에서 탈북 난민의 북한 송환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유엔은 30일(현지시간) 라오스에서 추방된 탈북 청소년 9명이 강제북송된 사건과 관련해 북한 당국에 이들의 안전보장을 요구했다. 2013. 5. 31 hihong@yna.co.kr
그러나 이 법안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미국 가정이 탈북고아를 입양하는 절차 등 구체적 조치를 담고 있지 않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아동복지법은 추상적 내용이고 의무조항이 없다"며 "탈북아동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아동복지법에 이어 탈북고아의 입양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후속 장치를 마련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탈북 고아 지원의 성과는 탈북자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 정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앞으로 중국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여론 조성에만 치중하는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은 탈북자를 인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를 여전히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북한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중국은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여온 것으로 평가된다.
김수암 연구위원은 "유엔 등이 국제적으로 탈북고아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국제사회가 탈북자 정책에 대한 중국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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